최근 일본의 주요 일간지는 1면톱에 ‘한국으로부터의 방일 관광객 감소’ 기사를 대부분 게재하였다. 일본관광청의 발표에 의하면, 8월 일본을 방문한 여행객 수가 작년 동시기에 비교하여 48.0% 감소한 30만8700명, 감소폭은 2011년3월 동일본대지진의 영향을 받은 시기만큼이나 컸다. 이러한 영향으로 일본을 방문하는 전체 관광객 수도 전년에 비해 감소로 돌아섰다. 또한, 일본에서 한국으로의 식료품 수출도 전년 동월에 비하여 40% 감소하였다
관광객 감소가 일본 지방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더 심하다. 오키나와 타임즈의 지난 8월28일 기사에 따르면, 한국인 관광객 수는 2019년 7월 기준 3만9700명으로 2년4개월만에 4만명 이하를 기록하였다. 2019년 8월 해외 관광객 수는 전년 동월 대비 1.6퍼센트(1만6700명) 감소한 102만1200명으로 8년 만에 전년 동월 대비 하락했으며 한국인 관광객은 44퍼센트(1만8500명) 감소한 2만3500명이었다. (9월28일자, 오키나와 타임즈). 또한, 한국의 프로야구 10개 구단이 오키나와에서의 캠프를 취소하면서 한일관계 악화에 따른 관광객 감소 및 민간교류의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오키나와현과 오키나와 관광 컨벤션뷰로는 이런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서 9월27일 독자적으로 한국내에서 ‘오키나와 관광 세미나’를 개최하기도 하였지만, 양국의 획기적인 관계개선이 없는 한 그 성과를 크게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다른 지방자치단체가 처한 상황도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일본당국의 예상과는 달리 불매운동이 자발적이고 장기화되면서 외국인 관광을 주력산업으로 하고 있는 지방경제 전반에 여러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이다. 문제는 국가간 대립이 지속되면서 현 상황을 극복할 뾰족한 대안책이 없다는 것이다.
전후 한일관계는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 이후 경제와 안보협력을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1998년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수상에 의한 21세기 한일 파트너십 선언 이후 문화교류가 활성화되면서 한일간 민간교류가 대폭 증가하였다. 2018년 기준 한일 양국은 약 970만 명에 가까운 인적 왕래가 이어질 정도로 놀라운 성장을 보여왔다.하지만,2012년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방문과 일왕의 사죄요구 발언 이후 일본 관광객들은 크게 감소하였다. 게다가, 2019년 7월1일 일본의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조치이후, 한국 관광객들 역시 급감하게 되었다. 이는 한일 국교 정상화 이후 55년 가깝게 지났지만, 민간 및 경제교류의 양적 성장에 비하여 정치적 영향으로 인적 왕래의 규모가 좌우되는 등 민간교류의 질적 성장은 크게 향상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일본은 현재 아시아의 침략과 식민지지배를 정당화하는 헌법개정을 목적으로 하는 극우 보수세력이 사회적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그들이 추구하는 역사수정주의는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한편, 한국은 군사독재정권에 저항하고 과거의 국가폭력을 청산하면서 민주주의의 질적 성장과 남북평화공존을 지향하는 민주화 운동의 세대가 사회적 주류를 이루고 있다. 따라서 이런 한국사회가 일본 극우 보수세력의 침략역사 미화와 식민지지배의 부정을 용인하기 쉽지 않으며, 일본 또한 아베 보수 극우정권의 1강세력이 유지되는 한 현재의 기조를 바꾸기는 쉽지 않다. 이처럼, 한일 양국의 국가간 정체성 대립이 장기화되어 가는 현실을 고려하면, 양국 정부가 극적인 계기를 마련하지 않는 한,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일본정부의 7월1일 경제보복조치 이전의 단계로 민간교류가 자연적으로 회복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관광객이 감소하고 한일간의 민간 교류가 장기간 정체되는 것은 일본만이 아니라 한국사회에도 다양한 면에서 큰 손실을 가져오고 있다. 특히 한일 간의 미래를 책임져야 할 청소년 세대들에게 부정적인 상호 인식이 깊어지고, 교류단절이 장기화되는 것은 양국의 다양한 협력과 차세대의 미래지향적인 교육측면에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중앙정부의 정치적 입장은 양국의 국익을 대변하는 공식적인 측면에서 상호 대립하더라도, 지방정부간은 민간교류라는 측면에서 중앙정부와 다른 입장을 충분히 대변할 수 있다고 본다. 오키나와의 경우는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 본토에 의해 식민지로 병합되었다는 의식이 강하다(류큐처분),또한, 오키나와전의 민간인 피해를 경험하였고, 전후 미군기지를 강요당하면서 일본 본토의 중앙정부에 대한 반감과 피해의식이 매우 강한 지역이다. 따라서 오키나와현이 일본의 중앙정부와는 달리 과거의 역사인식을 반성하고 동아시아의 평화를 위한 지방도시간 공동선언 등을 발표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한국사회는 결코 일본사회 전체를 거부하는 것이 아니다. 현재 한국사회의 일본제품 불매운동과 관광자제는 ‘NO 재팬이 아닌 NO 아베’로 표현되고 있듯이, 아베 정권의 대(對) 한국 강경정책에 대한 반감으로 마음의 문이 닫힌 것이다. 일본의 과거역사문제에 대해 중앙정부와는 다른 인식을 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는 많이 존재한다. 올바른 역사인식이 공동의 기반이 된다면 한국의 주요한 지방자치단체와 시민사회는 민간교류를 바로 재개할 수 있을 만큼 성숙된 시민의식을 가지고 있다. 중앙정부의 입장변화에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지방자치단체간의 역사인식에 기반한 공동의 평화선언을 실현하고, 이 지역에 한해서 관광과 민간교류를 재개하는 것은 진정한 한일시민연대의 전형이 될 것이고, 중앙정부를 변화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한일 지방자치단체와 민간단체간의 실질적인 시민연대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