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 순직사건 수사 외압 의혹과 민주당의 특검법 처리 방침으로 분위기가 뒤숭숭한 해병대가 15일 창설 75주년을 맞았다. 해병대는 이날 오전 경기도 화성의 해병대사령부에서 해병대 현역 장병과 예비역 등 2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김계환 사령관 주관으로 창설 기념행사를 열었다. 채 상병 사건 당시 지휘관인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수사와 관련해 항명죄로 기소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서면 축전에서 해병대 장병을 격려하고 "앞으로도 김계환 사령관을 중심으로 힘에 의한 평화를 뒷받침하는 국가전략기동부대로 발전하도록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김계환 사령관은 기념사에서 "여러분의 가슴에 새긴 빨간 명찰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자랑이고 영광"이라며 "바다는 비에 젖지 않는다는 구절처럼 '다시 한번 해병대'를 향해 거친 파도를 이겨내고 힘찬 정진을 함께 해나자"고 독려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해병대 핵심가치상 수상자로 2007년 인천 강화에서 발생한 초병 살해·무기 탈취 사건에서 순직한 고(故) 박영철 상병 등이 선정됐다. 또 1994년 서울에 있던 사령부를 현 위치인 화성으로 이전하는 과정에 기여한 이갑진 예비역 중장과 김길도 예비역 대령에게 특별공로상이 수여됐다. 오후에는 경기 성남 위례에 위치한 해병대 호텔 '밀리토피아 바이 마린' 개관식이 열렸다. 당초 국군복지관에서 이곳을 운영했지만 해병대 호텔로 전환됐다. 총 176개의 객실을 갖춘 호텔로 누구나 이용할 수 있지만, 예비역을 포함한 해병대 장병에게는 예약 우선권이 부여될 계획이다. 김계환 사령관은 채상병 순직사건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과 함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를 받고 있다. 그는 4·10 총선 이튿날 해병대 내부망에 지휘서신을 올려 채상병 사건을 거론하면서 "조직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만 하는 사령관으로서 안타까움과 아쉬움, 말하지 못하는 고뇌만이 가득하다"고 토로했다. 김 사령관은 이날 기념행사 중에는 관련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행사 뒤 취재진이 이런 글을 쓴 이유를 묻자 "해병대 응집력을 끌어올린다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그는 취재진에게서 '말 못하는 고뇌'의 내용과 채상병 특검 추진에 대한 심경을 질문받았으나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현재 채상병 사망 사건은 경북경찰청이, 수사 외압 의혹은 공수처가 수사하고 있지만 모두 지지부진한 상태다. 해병대 일부 예비역들은 지난 14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여당에 채상병 순직사건 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을 21대 국회 회기 종료 전까지 수용하라고 촉구했다. 채상병 특검법은 작년 10월 국회 본회의에서 신속처리 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됐으며, 지난 3일 본회의에 자동 부의됐다. 민주당은 총선 이후 열리는 본회의에서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이달 말로 예상되는 상반기 군 장성 인사에서 김 사령관이 교체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2022년 12월 취임한 김 사령관은 통상적 임기인 2년이 지나는 올해 하반기 장성 인사 때 교체되는 것이 자연스럽지만, 채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수사받고 있어 조기 교체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지난 2월 말 기자간담회에서 김 사령관 거취와 관련해 "임기가 6개월 남아 있다"며 유임시킬 것임을 시사했다. 국방부 관계자도 "김 사령관은 (상반기 인사 때) 교체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한국연합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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